1. 첫날은 의욕 넘쳤지만, 둘째 날부터 꼬이기 시작했어요
방학 첫날, 루틴표를 붙이고 아이와 함께 체크판도 만들었어요.
아이도 “오~ 내 계획표야!” 하며 신나게 반응했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놀이 시간도 지키는 모습에
‘역시 루틴은 효과가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죠.
그런데 문제는 둘째 날부터였어요.
기상 시간은 늦어지고, 공부 시간엔 딴짓하고,
루틴표는 벽에 붙어 있는 장식물이 돼버렸죠.
그때 저는 당황했어요.
‘뭐지? 첫날은 잘 지켰는데 왜 갑자기?’
그리고 곧 깨달았어요.
아이는 루틴에 적응 중이었던 게 아니라,
그냥 엄마 기대에 맞춰준 것뿐이었구나.
진짜 적응은 그 이후부터 시작이었어요.
2. 일주일은 ‘혼란기’, 갈등도 있었지만 포기하진 않았어요
둘째 날부터 일주일간은 말 그대로 혼란기였어요.
루틴 지켜보자며 옆에서 응원하던 제가
점점 잔소리 모드로 바뀌기 시작했고,
아이는 “귀찮아”, “지금 하기 싫어”, “이거 꼭 해야 돼?”라는 말만 반복했죠.
몇 번은 서로 짜증 내며 울기도 했고요.
솔직히 이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우리 애는 루틴 안 맞나 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어요.
루틴표를 찢어버리지도 않았고,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해보자”면서 하루 리셋 방식을 도입했어요.
루틴을 수정하기보다, 아이가 익숙해질 시간을 주자고 다짐했어요.
그게 결국 아이가 루틴을 ‘지켜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흐름’으로 받아들이게 한 전환점이었어요.
3. 10일쯤 지나면서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보였어요
놀랍게도 10일 정도 지나면서부터
루틴표를 보며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 책 읽을 시간이야?”, “이제 놀 수 있지?”
이렇게 아이 입에서 먼저 루틴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속으로 정말 감탄했어요.
아이도 처음에는 루틴이 ‘엄마가 시키는 거’였지만,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점점 익숙해지고
자기 안에 흐름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루틴을 100% 다 지키진 않았지만,
하루 중 2~3가지만 스스로 해도 칭찬해 줬어요.
그리고 칭찬을 받은 날은 더 열심히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작은 반복이 루틴 정착의 기반이 됐어요.
4. 결국 루틴은 ‘익숙해지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거예요
지금 우리 아이는 루틴표를 다 지키지는 않지만,
지켜야 할 흐름은 알고 있고,
스스로 하루를 정리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요.
그 과정에 딱 2주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엄마가 바로잡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응원하고,
가볍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주니
아이도 루틴을 ‘통제받는 틀’이 아닌
‘자기만의 생활 리듬’으로 받아들였어요.
루틴 적응엔 정해진 시간표가 없어요.
어떤 아이는 3일 만에, 어떤 아이는 3주가 걸릴 수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받아들이는 그 순간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격려와 신뢰를 보내주는 것.
그게 진짜 루틴 정착의 시작이란 걸 이번 방학에서 배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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